[국내연극] “4월 9일 중에서, 부인” - 이상우
<여자독백 대사입시연기>
잡혀 가신 날부터 돌아오신 날까지 1년이 다 되도록 면회 한 번 시켜주지 않았습니다.
재판 때 겨우 남편의 뒷모습만 바라볼 수 있었을 뿐...
사형을 집행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구치소로 달려갔었습니다.
일반인은 얼씬도 못하게 통제하고 있더군요.
남편의 시신을 성당에 모시려고 했지만 그것마저도 방해해서 저녁 6시쯤 집으로 모셔 왔습니다.
시신을 살펴보니 손톱, 발톱 모두가 새카맣게 타고 발뒤꿈치와 발등에는 까만 자국이 나 있었습니다.
정치의 제물이 되어 갖은 고문을 다 당하고 처참하게 돌아가신 남편과 함께 저도 그 때 죽은 목숨입니다.
그 날부터 제 눈에는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밥만 주면 받아먹고 꿀꿀거리는 돼지 새끼들로만 보였습니다.
사람이 그렇게 억울하게 짓밟혀서 죽어 가는데도 세상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고만 있었습니다.
사람이 억울하게 죽어 가고 있다고 그렇게 거리에서 외쳐 대고, 우리 남편을 꼭 죽여야만 이 나라가 잘되느냐고
울부짖어도 그저 못 들은 척 하고,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웃고만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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