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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와뮤지컬Study/여자독백

[국외연극] “가을 소나타 중에서, 에바” - 잉그마르 베르히만 <여자독백 연극영화과 실기 입시커리큘럼>

by 주액터스 연기학원 2019. 5. 16.

[국외연극] “가을 소나타 중에서, 에바” - 잉그마르 베르히만 

<여자독백 연극영화과 실기 입시커리큘럼>

 

 

엄마에게 있어서 나라는 존재는 그저 시간 있을 때 잠깐 가지고 노는 인형에 불과했어요. 

내가 귀찮게 굴거나 아파서 칭얼대면 엄만 항상 날 유모나 아빠에게 건네 줬죠. 

엄만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방에서 혼자 연습만 했고, 그걸 누구도 방해할 수 없었어요. 

난 숨을 죽이고 문밖에서 엄마의 연습을 엿듣곤 했죠. 

커피를 마시느라고 엄마가 잠깐 연습을 쉬면 엄마란 존재가 정말 현실인지 아니면 내게 있어서 엄마란 

그저 꿈에만 존재하는 몽상 같은 것인지 알고 싶어서 몰래 들어다 보곤 했어요. 

엄만 늘 마음은 딴 곳에 있으면서도 내겐 친절했죠. 마루에 무릎을 끓고 앉아 의자에 앉은 엄마를 올려다보곤 했죠. 

키가 크고 아름다웠던 엄마를. 그 방은 언제나 신선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고 차양이 드리워져 있었어요. 

그리고 밖에는 싱그러운 바람에 초록의 잎새들이 날리고 있었어요. 그림처럼 모든 것이 초록의 연속이였죠. 

가끔 우리는 바다 저 멀리까지 노를 저어 나갔었잖아요? 

엄마의 길고 하얀 드레스는 앞이 파져서 엄마의 가슴이 들여다보였어요. 

엄마의 가슴은 정말 예뻤어요. 맨발에 머리는 굵게 땋아서 올렸었죠. 엄만 물 속을 들여다보기 좋아했었죠. 

차고 맑은 물 속 깊은 바닥에는 바위와 해초들이, 그리고 거기서 노니는 물고기들이 보였죠. 

엄마의 머리가 젖었어요. 손도 젖었었고. 엄마는 언제나 멋있었어요. 

엄마가 멋있으니 딸인 나도 멋있어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 늘 내게는 있었죠. 

그래서 나도 옷을 입는데 무척 신경을 쓰게 된 거예요. 

엄마가 내 모습을 혹시 나 싫어할까봐 불안해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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