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극] "밤마다 실연" 중에서, 진자 - 이근삼
<여자독백 연극대사연기>
왜 모르겠어요. 모르는 척 할 뿐이지. 난, 오래 못 살아요.
벌써부터 창자가 멍들고 여관, 호텔에서 사내들한테 시달리고, 살면 며칠이나 더 살겠어요.
하지만 남들 앞에서 얼굴은 안 찌푸리기로 했어요. 누가 날 먹여 줘요? 누가 날 얻어 가요?
그래도 내가 죽으면 동생들은 내 무덤 에 찾아올 게예요.
막내 남동생이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는 최소한 살아 야죠. 아직 8년 남았어요. 8년 후에는 늙은 날 어디서 써주겠어요.
어떤 사내가 나한테 관심을 갖겠어요. 그러니 지금 몸이 으스러지고, 모욕을 받아도 참고 빨리 돈을 벌어야 해요.
죽은 셈치고 일하면 될지도 몰라요. 우리는 세금도 안 내잖아요. 대문 씨 같은 사람만 나타나지 않으면 되죠.
내가 왜 이리로 온 줄 아세요? 먼저 살던 하숙집 근처에서 고향 사람을 만났어요.
집을 막 나서는데 바로 문 앞에서. 그러니 그 사람이 고향엘 가면 제 집을 가르쳐 줄 게 아녜요?
그럼 동생이 찾아올지도 모르잖아요. 내가 사는 꼴을 어떻게 보여 줘요.
다음날로 부리나케 이쪽 복덕방으로 달려온 거죠. (진자는 얘길 하며 울고 있다) 내가 대체 왜 이러지, 창피하게.
이런 일은 처음이에요. 모두 잊어 주세요. 대수롭지도 않은 얘긴데. 나 같은 여자가 우글우글 할 거예요.
앞으로 길에서 만나도 모르는 척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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