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학
아따, 너 찾기가 이렇게 힘드냐.
마당으로 내려와 황정학 앞에 마주서는 이몽학
이몽학
다시는 얼굴 보지 말자고 했잖소.
황정학
정여립이 니가 죽였지?
이몽학
그래.
대동계들 놀라 웅성거린다.
이장각과 안봉석은 대동계의 웅성거림을 주시한다.
황정학
스승을 죽이고 니 야심을 채우는 게 큰 길이냐?
이몽학
우리가 대동계를 왜 만들었소.
당쟁에 휘말리지 말고 왜적을 막기 위해 만들지 않았소.
황정학
그랬지.
이몽학
왜적을 막은 우리를 서인들은 역모로 몰고, 동인들은 지들만 살려고 모른 체 했잖소?
황정학
그래서?
이몽학
정여립에게 내가 그랬지.
역모로 몰려 죽느니 이 썩어빠진 나라를 쓸어버리자고.
조용히 이몽학의 말을 듣고 있는 안봉석과 대동계들.
이몽학
그런데 그렇게 못하더라고.
그래서, 정여립을 죽이고 대동의 뜻을 따르기로 했소.
황정학
말 꾸며대지 마라.
니가 대동계 이용해서 왕이 되려고 하는 거잖아.
이몽학
그래, 내 눈에는 동인이나 서인이나 임금이나 정여립이나 다 똑같애. 당신도 마찬가지야!
황정학
붙어야제?
칼을 뽑아 칼집을 바닥에 던져버리는 황정학.
황정학
어디, 칼도 말솜씨처럼 뻔지르르 한지 보자.
이몽학에게 칼을 겨누는 황정학.
칼을 뽑는 이몽학.
맹인 특유의 황정학 검술과 절도 있고 화려한 이몽학의 검술이 부딪힌다.
몇 합을 겨루던 둘 거리를 두고 멈춘다.
황정학
칼잽이가 칼 뒤에 숨어 있어야지.
칼 앞에 나서면 너처럼 되는 거여.
이몽학
난 칼 뒤에 숨는 게 싫더라고.
다시 덤비는 이몽학.
마치 두 마리의 학이 춤을 추듯 화려한 칼놀림이 눈부시다.
순간 칼이 교차하고 서로에게 등을 돌린 채 멈추는 황정학과 이몽학.
이몽학의 목에 사르르 피가 배어 나온다.
자신의 목에 손을 갖다 대고 흐르는 피를 쓸어내는 이몽학.
비틀거리는 황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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